채식이 열풍이긴 하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 비해 숫자가 훨씬 적어요. 그래서 고기를 포기하라는 것보다 Milkhaila같이 고기를 먹으면서 치유할 수 있다는 말에 끌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해요.
저는 10년 전에 채식을 하기 전에는 고기를 매일 먹었었어요. 특히 갈비, 삼겹살, 스테이크, 치킨을 좋아해서, 혼자 살아도 매주 1-3번씩 치킨을 시켜 먹었더니, 나중에는 치킨 배달하시는 분이 제가 안시켰는데도 저희 건물에 들어오면 저희 집으로 오시는 실수를 하시기도 했어요. ㅋㅋ
그러다가 어느 날 친구랑 저희 집에서 치킨을 먹는데 친구가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닭이 원래 30년을 사는데 저희 때문에 30일 만에 죽임을 당해서 치킨요리가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 얘기가 너무 충격적이라 다음날부터 찾아보니 Factory farm 등등 제가 전혀 모르던 세계가 있었어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부모님이 닭, 돼지, 소, 오리 등을 직접 키우시고 그걸 저희가 잡아먹기도 하고.ㅠㅠ 지금 생각하면. ㅠㅠ 이런 걸 보고자라서 좁은 곳에 가둬놓고 앉지도 못하게 하고 우유를 만들려고 계속 임신시켜서 피젓이 나오고. 이런건 정말 상상도 못한거라 동영상 보는데 너무 끔찍하더라구요.
그래서 엄청 찾아보고 바로 채식을 시작했는데, 시행착오도 있었어요.
처음엔 동물 복지때문에 채식을 시작했지만, 이런 저런 채식 책을 읽다가 건강에도 좋다고 하고, 실제로 채식한 뒤에 건강 검진을 했더니 그 전에 안좋았던 수치들이 다 좋아져서 정상이 된걸 보니 더 맹신(?)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Milkhaila가 말한 것처럼, 점심 먹고 나서 낮에는 무조건 졸린게 정상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없어지고.
여튼 그 당시에 주위에 채식하는 사람이 없어서 책이랑 동영상 같은 거 찾아서 보다 보니, 10년간 채식/건강 관련 책은 100권 이상, 동영상도 수십편 봤어요. 한국인 채식 모임, 외국인 채식 모임도 나가서 다양한 채식 경험담도 듣고요. 그래서 아마 제가 편향되어 있을 거에요.
“plant-based 회사들 협찬 받고 제작” → 요 부분은 저는 생각도 못했는데 사실이거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어요. plant-based 회사들이 생기기 전에 쓰여진 채식 책들에도 다큐멘터리에서 언급한 것들이 이미 많이 나와서 전 @wassup 님이 생각한 쪽으로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봤네요.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워낙 농축산, 식품 업계가 로비가 심하다 보니. 요즘 plant-based meat관련 회사들이 더욱 더 고기 맛을 나게 하려는 거는 채식인보다는 육식인들을 위한 거거든요. 임파서블 버거 같은 건 정말 고기랑 너무 똑같아서, 채식으로 입맛이 변해 버린 저한테는 오히려 안맞고. 고기를 먹는 분들은 진짜 고기 같다고 맛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채식이 모든 병을 다 고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혈관 관련 질병들에는 효과가 좋다고 생각해요. 고혈압, 당뇨 등등.
특히 아래 동영상들을 본 뒤에 그런 생각을 더 굳히게 됐어요. 이거 만든 PD님도 이거 촬영 후에 채식을 시작하셔서 2년 전까지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그 뒤로는 제가 한국 채식 관련 커뮤니티에는 거의 안들어가서 모르겠네요.
목숨걸고 편식하다 1부-목숨걸고 편식하다
목숨걸고 편식하다 2부-편식으로 고혈압 잡기
목숨걸고 편식하다 3부-30일 편식 체험기
참, 저는 지금 비건은 아니고, 한국에서 건강이 제일 좋았을 때는 비건이었는데, 캐나다에 와서는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계란이랑 치즈는 먹고 있어요. 근데 계속 비건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서 시도는 자주 하고 있는데 한달 지나면 자꾸 치즈가 생각나서 ㅎㅎ
개인적으로는 채식이든 아니든 클린한 홀푸드 식단으로 소식하는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재료로 최소의 양념(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등)으로 소식하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고기라도 불고기처럼 양념 많이 하거나 햄버거, 돈까스 등으로 만들어 먹는게 아니라 그냥 스테이크로 구워서 소금간 살짝 해서 먹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미 고혈압 같이 혈관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는 건강한 채식을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채식을 해도 지난 몇 년간의 저처럼 가공된 채식 요리(콩고기, 비건 머핀, 라면, 과자, 비건 아이스크림 등등)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에는 안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올 초에 피검사했는데 다 깨끗하다고 나와서 다행이었어요. 캐나다 와서 너무 마구 먹고 살도 10킬로나 쪄서 걱정했거든요. ㅎㅎ 비타민 D만 부족하다고 나와서 영양제로 먹고 있어요.
고기를 먹더라도 Mikhaila Peterson가 말한 것처럼 다른 양념 없이 소금이랑 후추 정도만 약간 쳐서 먹는게 채식 치킨 버거+감자튀김을 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에요. Mikhaila가 고기랑 소금, 물만 먹는다고.
근데 저렇게 야채 없이 고기만 먹어서 10년, 30년 계속 해도 정말 문제가 없는지는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몇 달 전에 들은 팟캐스트에 나온 의사 말로는 몇 년은 괜찮지만, 장기적으로 가면 안좋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장에는 미세 영양소가 필요한데, 고기랑 단백질만 먹으면 이런게 보충이 안돼서 몇 년은 괜찮지만 더 길게 하면 몸에 안좋다는 내용이었어요.
Milkhaila가 autoimmune 질환이 있다고 하는데 저희 가족 중에도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사람이 2명 있어서 저도 네이버 카페 등등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알아보기도 했었어요.
자가면역 질환의 특성 중 하나가 딱히 완치가 없고 그냥 호전되면 증상이 안나타나는 휴지기(관해기가 10년-20년돼서 완치됐다고 생각하기도)가 있는 정도라.
자가면역 질환 있는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안과 우울이 많더라구요. 사람이 몸이 아프면 우울해지잖아요. 게다가 이건 완치는 없다고 하고 언제 증상이 재발할 지 모르니.
저희 가족 중에도 Milkahaila처럼 상태가 좋았는데 임신하고 나서 안좋아진 경우도 있었어요. 의사 말로는 아무래도 아이가 있으니 영양분도 그렇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안좋은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다행히 애기 낳고 나서 약먹고 치료 받으니 다시 관해기로 가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더라구요.
근데 정말 말씀하신 대로 이게 사람마다 체질마다 다 달라서. 어떤 사람은 완전 채식해서 자가면역 질환이 좋아졌다고 하고 Mikhaila처럼 고기만 먹어서 자가면역 질환이 좋아졌다고 하고.
아래 다큐 찍은 분이 완전 채식으로 좋아졌다고 하는 케이스 (이 분도 추종자 많아진거 같더라구요. 2편에서는 전세계 돌며 강연해서 한국에도 갔었더라구요)
이분이 자동차로 미국을 횡단하며 사람들 인터뷰하는데 정말 고기 먹고 심장병으로 50세에 일찍 죽더라도 고기 포기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ㅎㅎ 저도 사실 이만큼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뭐라 할 수 없어요. ㅋㅋ 아침부터 삼겹살 구워먹고, 고향 집에 내려가면서 미리 전화해서 집에 고기 있냐고 물어보고 없다고 하면 내려가는 2시간 동안 사다 놓으라고 할 정도였으니.
Fat, Sick and Nearly Dead
이런 쪽 질병이 있으신 분들은 글루틴이랑 설탕이 안좋은 건 맞는 것 같아요. 증상이 호전된 사람들 보면 이 두 개를 끊은 사람이 많더라구요.
라면만 몇 십년 먹었는데 건강하다고 TV에 나오시는 어르신도 있고, 제 친구는 중학교때부터 대학때까지 거의 매일 라면 먹었는데 결국 대학때 응급실 실려갔어요. 의사가 라면 먹지 말라고.ㅡㅡ; 정말 상황에 따라 다 다른 거라.
이런 예외들은 있지만, 그래도 건강한 채식을 하면 전반적으로는 육식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최소 한 두달은 본인에게 맞는지 시도해 보고 컨디션을 체크해 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뭐 있으면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라, 채식 시작하고 1-2년 뒤에 생채식이 좋다고 해서 30일 좀 넘게 해봤는데, 3주차부터 효과가 나타났었어요(처음에 동물때문에 시작했지만, 몸이 좋아지니까 점점 건강에 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회사 동료가 요새 갑자기 왜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냐고 무슨 약 먹냐고 계속 물어봐서, 뭔가 실험 중인데 성공하면 알려주겠다고 했더니, 계속 메신저로 빨리 알려달라고 괴롭혀서(일을 못할 정도로 계속 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그냥 생채식 중이고 3주차에 접어들었다고 알려줬어요. 불린 현미랑 다양한 야채랑 과일만 먹고 있다고.
이 동료는 그 당시 20대 후반인가 30대 초반 남자였는데, 매일 닭가슴살 먹으면서 최소 주 5회 헬스해서 근육도 큰 동료였어요. 근데 제 컨디션 보고 그날 바로 도서관 가서 생채식 책 빌려보더니 다음날부터 해서 40일 넘게 고기 싹 끊고 생채식을 하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도 7-8년 넘게 채식을 하며 여전히 거의 매일 헬스를 하고 있어요. 아내도 제가 알려준 채식 모임에 나갔다가 만나서 결혼했다고 하더라구요.
이 친구가 이렇게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은 전에 하던 대로 계속 했는데, 1-2년 지나서 갑자기 회춘한 것처럼 너무 피부도 좋아지고 얼굴도 더 어려보이고. 그래서 다른 동료들도 채식의 힘이냐며 몇 몇이 시도를 했는데 대부분은 좀 하다가 말았어요. ㅎㅎ 2명 정도가 꽤 지속하다가 말았구요. 한국은 외식도 많이 하고 회식도 많이 하고 해서 꾸준히 하는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입맛을 바꾸는게 쉽지도 않구요.
어떤 동료는 건강 검진 후에 대부분 항목이 노랑불(한국은 상태가 좋으면 초록불, 안좋으면 빨강, 중간이 노랑. 이렇게 건강검진표에 나오는 병원들이 있어요)이었는데, 제꺼는 다 초록색이었는데, 제꺼 보시더니 그날 바로 회사 건물에 있는 마트에 내려가서 과일이랑 야채 사더라구요. 그 분이 저보다 훨씬 마른 몸이고 겉으로보면 더 건강한 체형이라 충격 받으신거 같더라구요.
아래 Fed Up 다큐멘터리 보면 우리가 어려서부터 단맛에 길들여져서 정말 바꾸기 힘들다고 나와요.
분유에서부터 길들여져서.
전 개인적으로 Fed Up도 좋았어요. 식품 회사들의 파워가 얼마나 센지 볼 수 있었어요.
미쉘 오바마도 결국 굴복했더라구요. 예전에 봐서 정확히는 기억안나는데 빌 클린턴 인터뷰도 나오고, 왜 정책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 나왔던거 같아요.
살을 빼려고 노력하는 10대 아이들이 나오는데 학교에서는 피자, 감자 튀김, 샐러드 같은게 나오는데 당연히 아이들한테는 피자를 거부할 만한 의지를 기대하면 안되는데. 저도 채식을 오래 했지만, 이런 다큐나 책을 주기적으로 보는 이유가 채식이 좋고 맛있는건 경험해서도 알지만, 이 세상엔 자극적인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아서, 제 의지만으로는 힘들더라구요. 건강한 채식을 하고 싶은데 자꾸 정크 채식으로 가게 되니. ㅠㅠ 최근엔 친구가 KFC 채식 치킨 샌드위치가 맛있다고 해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틀 연속 먹고 그 담주에 또 가서 먹었네요.
Fed Up (2014)
결론은, "채식을 할거면 건강한 채식을 해야 한다"입니다!
영양소 골고루 섭취하고 가공 식품을 멀리하는 건강식을 하면 육류나 유제품을 먹는 것보다 전반적으로는 더 건강한 것 같아요. 늘 예외는 있지만, 예외에 집중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비율을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전 위에 Fat, Sick and Nearly Dead에 나온 분처럼 야채 주스로만 한두달 먹는 극단적인 방법도 지속가능성이 없어보여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딱히 어디 아픈게 아니면 그냥 고기를 딱 끊기보다는 횟수를 줄이고 먹는 방법을 바꾸는게 낫지 않나 싶어요. 튀긴 치킨보다는 삶은 치킨, 뭐 이런식으로요.
여튼 이 참에 저도 다시 건강한 채식 몇 달 해보고 후기 공유할게요.
오늘 낮에도 비욘드 미트랑 야채 구워서 쌈밥 해먹었는데, 이런 가공 식품을 좀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난 두달간 라면도 많이 먹었는데, 이런 식품들은 한번 먹으면 자꾸 땡기더라구요. 아무래도 자극적이어서 그런지.ㅡㅡ;
예상대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