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격리 고수(?)의 나라별 이동 및 격리 후기 4부

오랜만에 씁니다ㅋㅋ 격리 끝나기 전에 너무 심심해서 쓰기 시작한 건데, 벌써 격리 끝난지 2주나 됐는데 이제 절반정도 쓴 거 같습니다 ㅋㅋㅋ.
게으름 고수라고 해야할 거 같네요.

3부에서는 2020년 말 미국의 상황이 왜 개판인지, 특히 저희 학교의 황당한 대응 및 총장님과 트럼프의 확진같은 사례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학교와 정부의 개판을 치는 상황과는 별개로 미국 시골에서 드라이브도 다니고 하면서 혼자 힐링한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11월 말에 예정된 한국행과 점점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지는 미국을 피하기 위해 11월 초에 캐나다로 돌아 왔습니다.

기억 안 나시면 복습 ㄱㄱ.

(스압) 격리 고수(?)의 나라별 이동 및 격리 후기 3부


두괄식으로…
정리:

  1. 학교도 슬슬 정신 차림(?)
  2. 해외 여행 계획시 (특히 비행기) 꼭 스케쥴에 여유 두기 및 최신 여행 정보 확인. 언제든지 갑자기 방역 수칙 및 항공기 스케쥴이 바뀔 수 있음.
  3. 한국 가는 경우 외국인은 비자 필수! 공항에서 수속할 때 확인하므로수속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음.
  4. 국내선은 사람 왕창. 국제선은 사람 없음.
  5. 비행기 타기 전에 식사 하는 거 추천. 그리고 검역에 걸리지 않을 (고기나 야채류 들어가지 않은) 간식 챙겨 타기. 밥 먹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음.
  6. 한국 도착시 검역 과정에서 시간 소모 클 수 있음.
  7. 춥다고 비행기에서 잔뜩 껴입었다가 미열 반응으로 분류되면 골치아파짐. 잔뜩 껴입었으면 내려서 옷 정리하고 줄 서는 것 추천.
  8. 자가 격리 앱은 미리 깔고 가는 것을 추천.
  9. 웬만해선 공항으로 누군가가 데리러 오는 것을 추천. 그리고 데리러 올 때 (임시 시설로 가게 된다면) 간식이나 식사를 포장 부탁 하는 것 추천. 너무 늦게 시설 도착하면 도시락이 없을 수도 있음.
  10. 이 코시국에 늦게까지 일하시는 공무원, 보건소 직원, 육군 지원 병력 분들 모두 모두 고생하시고 감사합니다.

3부에서 이어짐…

  • 2020년 11월 (캐나다)

격리 끝나고 출국까지 한 일주일 정도 남아서 멍구랑 산책도 여기 저기 다니고, 혼자 새벽에 나이아가라도 가고, 열심히 먹었던 거 같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 예쁘게 꾸몄더라고요. 꼭 밤에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학교는 평소와 달리 12월 종강이 아니라 11월 말, 미국 Thankgsgiving에 맞춰서 종강을 하고 2달 간의 긴 겨울 방학을 갖은 뒤 2월에 개강할 예정이라 종강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확진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고, 학생들이 방학 때 전국으로 흩어지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Exit Testing을 필수로 받아야 집에 갈 수 있게 결정을 했고, 이것을 받지 않고 떠나면 다음 학기 수강신청에 불이익 혹은 졸업 유예!를 시켜버리는 무싀무싀한 결정을 (웬일로) 내렸습니다.

물론 저는 이런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학교를 떠나 캐나다에 돌아온 저로서는 당연히 해당 사항이 없을 거라 믿고, 해당 된다 해도 어쩌겠습니까, 검사 받으러 다시 미국 갈 수도 없고 ㅋㅋ. 계속 exit testing 날짜 잡으라는 경고 메일이 날라 와서 학교에 전화 해보니, 면제 신청을 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면제 허가가 안 나도 어쩌겠습니까, 당장 비행기 타고 한국 가는데 말입니다 ㅋㅋ. 당연하게도 면제 허가가 나서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못 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ㅋㅋ.

이런 사례로 보듯, 이제서야 학교도 슬슬 정신을 차린 건지 싶습니다. 물론 총장님 확진 + 풋볼 선수 확진으로 경기 미뤄짐 + 학생들 경기장 난입 등등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는 거 같습니다만… (항상 한계를 뛰어 넘는 짓들이 벌어져서;; )

  • 2020년 11월 (캐나다 → 한국 이동)

저는 2020년 11월 말에 한국에 갔기 때문에, 그 때와 지금은 방역 수칙이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 꼭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한국 같은 경우는 무조건적인 국경 봉쇄를 단행하지 않아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입국 자체는 가능했습니다. 단, 외국인의 경우 비자를 꼭 발급 받아야 입국이 가능합니다. (제 친구가 이걸 모르고 최근에 한국행 비행기 티켓까지 사두고 신나서 공항 갔다가 공항에서 수속할 때 비자 없다고 돌려보낸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 가서 거절당하는 것보다 낫긴합니다만…)

주의할 점은, 코로나 시국에 항공편 스케쥴이 굉장히 유동적이라 꼭 여유를 두고 계획을 짜시길 바랍니다. 일단 매일 운항하지 않아서 스케쥴이 변경될 때 다음날 혹은 며칠 후의 비행기로 바뀔 수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도 에어 캐나다 토론토->인천 직항을 2020년 8월에 구매했는데, 출항 1달 전에 직항이 취소 되고 토론토->벤쿠버->인천 경유 노선으로 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나마 이건 같은 날 출발 하고, 출발 시각만 좀 이를 뿐, 도착 시간은 비슷해서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후설하겠지만 오히려 더 나은 비행 스케쥴일 수도 있는 거 같습니다.)

물론 돌아오는 비행기 날짜도 벤쿠버 경유로 바뀌었는데, 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건 출발 날짜가 1월 13일에서 1월 14일로 하루 밀렸습니다.

계획을 빡빡하게 잡아 뒀으면 골치 아플 수도 있는 상황이었겠다 싶었습니다. 이렇다시피 혹시라도 국경을 넘을 계획이 있으시다면 (특히 비행 계획) 최대한 미리 준비하시되 여유를 갖고, 최신 여행 정보를 확인하시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 일이지만) 갑자기 음성 진단서를 요구한다든지, 필수 호텔 격리를 한다든지, 일주일만에 방역 수칙이 변해서 여행 계획을 급하게 수정해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혹시 몰라서 에어 캐나다에 전화 해서 탑승 수속이 얼마나 걸리나 물어 봤는데, 직원도 워낙 상황이 계속 바뀌어서 확신할 순 없지만, 강화된 탑승 수속 절차로 개개인의 수속 시간이 더 소요될 순 있지만, 줄어든 여행객의 숫자 때문에 전체적인 시간은 비슷할 거 같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살아서 적당히 출발 2시간 전쯤에 집에서 나왔습니다.

강화된 수속 절차로 인하여, 수화물은 직접 보낼 수 있지만 모든 (한국행) 탑승자들은 한국인이면 한국 여권 확인을 하고 외국인이면 비자 확인을 지상 요원이 마쳐야 발권 및 보안 검색대로 갈 수가 있습니다. 예상대로 공항은 한산했지만, 카운터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저는 멋모르고 혼자 발권 해서 (줄 안 서도 되는 줄알고 신나서) 보안 검색대로 갔다가 직원이 카운터로 가서 입국 자격 확인 하고 오래서 (슬프게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게이트로 갈 수 있었습니다.

벤쿠버 경유였기 때문에 일단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데… 음… 깜짝 놀랐습니다. 거의 만석으로 비행기가 꽉 차서 벤쿠버까지 가는데, 물론 저도 코시국에 이동중이긴 합니다만, 국내 이동은 꽤 많았습니다. 미국에서 국내선 이용자가 안 줄었다, 연휴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이동한다, 이런 얘기가 있었지만 캐나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소와 달라진 점은 모든 좌석에 작은 손 소독제, 마스크, 과자 같은 것들이 봉지에 싸여서 놓여 있었고, 승무원의 서비스는 최소화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계속 자서 모름;).

벤쿠버를 경유해서 다행이었던 점은 중간에 공항에서 (그나마) 제대로된 식사를 (햄버거) 먹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좀 귀찮고 시간이 더 걸려도, 중간에 내려서 공항에서 좀 걷고 화장실도 가는 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내식이 안 그래도 맛없는 에어 캐나다인데, 코로나 때문에 메뉴도 1종류에 차가운 음식을 줘서 웬만한 건 그래도 잘 먹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딱 한 입 먹고 다 버렸습니다. 디저트로 나온 브라우니 정도나 먹고 벤쿠버 → 인천 10시간동안 거의 물만 먹고 버틴 거 같습니다. 그나마 벤쿠버에서 탑승 직전에 햄버거라도 먹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행인점은, 국내선과 달리 국제선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서 이코노미도 1인당 1줄 (3석)을 차지하고 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나게 편하진 않습니다만… 1인 1석 꽉 껴서 가는 거보다야 물리적으로도 방역적으로도 낫습니다. 벤쿠버 공항에서 국내선 → 국제선으로 환승하는 동안 유령 공항 보는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국제선 터미널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 2020년 11월 (한국 입국 및 임시 격리)

우여곡절 끝에 인천에 도착해서는 기나긴 방역 수칙과 자가 격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가 격리 수칙은 본인이 머무는 지자체 별로 약간씩 다를 수 있으니 가장 확실한 것은, 담당 보건소에 직접 전화로 묻는 것이 확실합니다. (킹무원 특성상 담당 공무원한테 안 물어보면 모른다고 합니다.)

인천 공항에 내리면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여러 절차를 밟아야 입국을 할 수 있습니다.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이게 시간이 오래 걸려서, 미리 자가 격리 앱도 깔아두고, 내리자 마자 뛰어야 최대한 빨리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제가 갔을 때는 이미 코로나 시국이 터진지 반년도 더 지나서 입국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천천히 가도 별 문제는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도 자가 격리 앱은 미리 깔아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정확한 순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육군 지원 부대 소속의 장병 (고생이 많으십니다. 복귀 후 2주 격리까지 해야하는 분들입니다.)들이 체온 측정을 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비행기에서 춥다고 옷을 여러겹 껴 입고 있다가 체온이 올라가서 증상 의심자로 분류 되면 골치 아프니 너무 급하게 가지 마시고 옷 정리 하고 천천히 가셔도 됩니다. 친구가 여기서 미열 반응 보여서 줄 따로 서고, 다시 쟀을 때 열 떨어져도 한 번 체온 높으면 안 빼준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음성 나왔습니다만, 결과 나오기까지의 불안함과 징징…은 경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체온 측정 뒤, 자가 격리를 하는지 시설 격리를 하는지 확인하고, 자가격리면 주소지랑 관할 지자체 확인을 하고, 휴대폰에 자가 격리 앱 설치 확인을 하고, 전화를 걸어서 제출한 번호가 본인 것이 맞는지 혹은 보호자 것이 맞는지 확인을 하면 (이 과정에서 이것 저것 적어 낼 서류가 많습니다) 그제서야 법무부 소속의 입국 심사대로 가서 입국 심사를 합니다. 입국 심사를 마치면 평소처럼 짐 찾고 세관 통과를 하고 출구로 나가면 되는데, 여기서부터 지자체 별로 대응이 달라집니다.

일단 마음대로 공항 밖으로 못 나갑니다. 가는 지역에 따라 공무원의 허가 하에 대중교통을 타든, 데리러 온 분과 떠나든 해야합니다.

서울이나 인천으로 가는 분들은 아마 공항에서 바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 결과가 나오면 집으로 가서 자가 격리 하는 걸로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항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거나, 지정 호텔로 가서 하룻밤 대기 했다고 들은 거 같은데 제가 경험한 건 아니라 확실친 않습니다.

지방으로 가는 분들은 담당 지자체에 가서 3일 내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합니다. 이건 지자체마다 다른데, 대표적으로 입국하자마자 담당 지차체의 보건소에 가서 검체 채취를 하고, 지자체의 임시 시설 격리소로 가서 하루 보내고 음성이 나오면 집으로 가서 자가 격리 14일을 채우는 방식과, 일단 집으로 바로 가서 담당 보건소의 지시에 따라 3일 내에 보건소로 방문을 해서 검사를 받고 다시 집에 돌아가 14일을 채우는 방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방으로 가는 분들은 직접 누군가가 공항으로 데리러 오거나 KTX를 타고 가야합니다. KTX를 타게 되면, 지정 칸에 탑승한 뒤 지자체에서 역으로 데리러 온다고 들은 거 같은데 이것도 지자체에 직접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근데 KTX 이용하는 것도 열차가 항상 있는 게 아니고, 사람들을 모아서 보내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질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다행히도 아버지가 데리러 오셨는데, 인계할 때도 꽤 까다롭습니다. 일단 주차를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계를 안 해줍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주차를 다시하고 오시니까 그제서야 보내줬습니다. 확실히 지금까지 봐왔던 방역 수칙들 중에 가장 까다롭게 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놀랐던 것은,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담당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입국 사실 확인하고, 그날 저녁 10시까지 보건소를 운영하니 바로 와서 검사를 받고 임시 시설로 가면 된다고 안내가 됐습니다. 제가 놀란점은 중앙정부조직과 지방정부조직들 간에 행정 연계가 잘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인구 밀도가 낮은 연방 국가에 살면 공무원 행정 처리가 어떤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연방 정부와 주 정부간의 행정 연계는 1도 안 되고, '가끔씩 아니 자주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게하는 것을 보다가 입국 직후 바로 지방 정부에 연락이 가는 것은 경이로웠습니다.

역시 이런 방역이라는 공동체적인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중앙집권체제가 확실히 지방자치제보다는 효율적일 수 있겠습니다. (여담으로 중국은 서울 크기의 인구 천만의 도시를 봉쇄해 버리는 대륙의 기상을 보여줬…, 물론 논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여기까지…)

그리고 저에게는 비행기 시간이 경유로 바뀐 것이 다행이었던 또 다른 이유는 출발 시각은 좀 많이 앞당겨져서 피곤하긴 했지만, 도착시간도 살짝 앞당겨져서 입국 후 보건소까지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긴 것이었습니다. 오후 4시 랜딩 후, 5시쯤 인천 공항을 떠나서, 7시 반쯤에 보건소에서 검사 받고, 8시쯤에 지자체 임시 격리 시설에 들어 갔습니다.

보건소 직원분들이 야외에서 밤 10시까지 일하는 것을 보면 정말 고생이 많으시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사는 지역은 코로나가 크게 창궐하지 않은 곳이라 한산해서 바로 검사 받고 임시 격리 시설로 갔습니다. 임시 격리 시설은 도에서 운영하는 공무원 연수원 같은 곳이고, 1인 1실에 화장실이 딸려 있어서 사람들 격리 (감금) 시키기에는 딱 좋은 곳이었습니다.

사실 공항에서 보건소를 제외하고는 격리 시설에 도착할 때까지 내리면 안 되기에 벤쿠버에서 햄버거를 먹은 것 외에 지금까지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 한 상태여서 굉장히 배가 고팠습니다.

한국 방역 시스템 중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임시 격리 시설에 도착하면 하루동안 쓸 위생용품과 도시락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물론 초창기에는 문제가 많았겠습니다만, 이제는 잘 안착 되어서 무료로 검사부터 임시 격리에 식사까지 제공하는 것을 보고 감동이었습니다. 주의할 점은, 너무 늦은 시각에 시설에 도착하면 도시락이 다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데리러 오는 분에게 꼭 식사나 간식을 미리 사와 달라고 부탁하는 것 추천합니다.

일단 오랜 비행에 지치고, 여러 방역 수칙 때문에 중간에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못 하고 온 사람들에게 저녁 도시락은 정말 감동 100배였던 거 같습니다. 심지어 고기고기한 (제육볶음, 불고기, 생선까스, 떡갈비, 닭튀김) 음식들에 간식까지 순삭했습니다. (반대로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분은 힘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 와중에 나눠준 물이 자랑스러운 K-water길래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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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K-방역, K-뭐시기, K-저시기가 갈 때까지 갔구나 했는데, 알고보니 K-water는 한국 수자원 공사 로고더군요 ㅋㅋㅋㅋ.

밥을 먹고나니 굉장히 피곤해서 후딱 씻고 바로 잠들었습니다. 근데 중앙 난방이라 한겨울인데도 너무 더웠지만 창문이 안 열려서 선풍기를 틀고 잤습니다 (선풍기 틀고 자도 안 죽어요!).

시차 및 더위 때문에 새벽에 깨서 잠이 안 오길래 방을 둘러보는데 벽에 생활관 규칙 같은 게 적혀 있길래 읽어 봤는데 황당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중학교 수련원에나 써있을 법한 내용이 ‘공무원’ 연수원에 써있더라고요. 심지어 감점 기준표를 보면 ‘허가 받은’ 외출, 외박, 조퇴도 감점을 받길래 이럴 거면 허가를 왜 해주나 싶습니다. K-ong무원 사회는 아직도 이런 K-kon대 문화가 남아 있는 건가…

사실 입소할 때 검사 결과가 언제 나오는 지를 못 물어봐서 새벽부터 깨서 계속 대기 타고 있었습니다. 개인에게 문자로 보내주는줄 알고 있었는데, 연락이 안 오길래 하염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새벽 6시쯤 밖에서 누군가가 방별로 문을 두드리면서 검사 결과 나왔다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다른 방은 두드리면서 '결과 음성입니다. 버스 타러 내려오세요.'라고 하는데, 저한테는 음성이라는 말도 없고 일단 나오라고만 하길래 순간 ??? 불안해졌습니다.

문자로 통보해주는 검사 결과도 안 오고, 옆 방에는 음성이라고 말하고 내려오라고 했는데, 나보고는 그냥 내려오라고만 하고, 나는 버스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자차로 이동할 건데, 왜 무적권 나오라고 하는 거지?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이거 혹시 ‘돈까스 먹으러 갈까?’ 혹은 사형수에게 집행날을 안 알려주고 '면회다’라는 느낌으로 일단 방 밖으로 나오게 해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아닌가?라는 망상을 하면서 일단 짐을 챙겨서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음성이면 음성이 나왔다고 아버지께 말씀을 드려야 데리러 오실 텐데 '음성’이라고 그 누구도 명확하게 말을 안 해줘서 연락도 못 드리고 혼자서 불안해 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에는 먼저 내려온 다른 분들이 자가 격리를 위한 물품을 받아가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20명정도?) 있어서 놀랐습니다. 누적 인원도 아니고, 어제 하루동안 해외에서 입국해서 이 지자체로 온 사람들만 20명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또 이상한 상상을 한 것은, 이 많은 사람들 이름을 하나씩 다 부르고 격리 물품이 든 박스를 하나씩 나눠 주는데, 제 이름만 안 부르는 겁니다! 심지어 숫자가 왜 안 맞지 이런 느낌으로 저를 보는데, 이건 '진짜 돈까스 각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 이름을 불렀냐고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맨 뒷장에 있는 제 서류를 보고 상자를 줬습니다.

알고보니, 임시 격리소에서 받는 검사 결과는 개별 통보가 안 되고, 격리소측으로 직접 전달이 되어서, 음성이 나온 사람들은 모두 내려오라고 한 뒤, 지자체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사람들 먼저 물건을 나눠 주고, 버스에 태워 먼저 보내는 거였습니다. 저는 자차로 이동하는 사람으로 분류되어 제일 뒤로 갔고, 이름도 영문으로 적어서 ㅡㅡ 담당자 분이 제일 늦게 불렀던 거였습니다.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아버지께 연락을 해서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수련원 같은 시설에, 새벽 6시부터 문 두드리며 깨우는 담당자와, 복도에 모여서 지시에 따라 버스로 이동하는 모습은 아침에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을 안 틀어준 거 빼고는 중학교 때나 했던 수련회를 연상케 했습니다.

임시 격리소에서 검역증 및 자가 격리 수칙 관련 서류를 이것 저것 받은 뒤, 자가 격리 물품과 함께 집에 와서 나머지 격리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자가 격리 물품은 지자체 예산으로 배분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내용 구성은 다를 수 있습니다. 운이 나쁜 경우에는 예산이 다 떨어져서 지원 물품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물론 2주를 전부 이것으로 버티기는 힘들어도 1주일 가까이 버틸 수 있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에 또 한번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얼마나 다른 나라들이 격리 지원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의 격리 체계는 꽤 잘 되어있음을 느꼈습니다 (당장 캐나다만 해도 알아서 먹을 거 구해야 합니다.)


일단 4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원래 자가 격리 내용까지 넣으려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다음번엔 자가 격리 내용과 출소 후 한국 생활까지를 담을 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열심히 까는 내용이 없어서 크게 재미는 없을 수 있고, 비행기와 공항에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진도 별로 없어서 지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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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생하셨네요. K-Water, K-ong무원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임시 격리 시스템과 장소를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새터민분들에 대한 경험으로 이런게 잘 구축되지 않았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생선까스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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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니 또 오셨군여. 근데 도대체 한국 왜 가신거에요 갔다가 엄청 빨리 돌아오신 것 같은데

새터민 경험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네요 ㅋㅋ.

역시 가장 좋은 반찬은 배고픔입니다 ㅋㅋ. 뭘 먹어도 맛있지요.

ㅋㅋ 그러게요… 제 머리 속에서도 잊혀지기 전에 빨리 마무리 해야하는데… 노는 게 제일 좋네요.

한국은 공적인 서류 처리와 사적인 서류 처리를 위해서 갔다고 하면 멋있어 보이겠죠? ㅋㅋㅋ

11월 말에 가서 1월 중순에 왔으니 1달 반 정도 있었어요 ㅋㅋㅋㅋ 짧게 다녀오기에는 격리 2주 넘나 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