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쓰다 보니 점점 게을러지네요. 생각보다 쓰는데 오래 걸려서 그런가… (격리 끝나서 그런 듯 ㅋㅋ…)
이번에는 지난번에 이어 미국의 하루 최대 30만명까지 확진자가 나왔던 3차 대유행 초중반의 시기를 다룰 거 같습니다. 이 당시에 사람들이 얼마나 느슨해졌는지, 특히 트럼프와 저희 학교 총장님의 코로나 확진으로 불 수 있는 참된(?) 리더의 모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추가로, 코시국의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됐던 주변 여행에 대해서도 설명해보겠습니다.
2부에서 이어짐…
- 2020년 10월
전에 말했다시피 (2부 참조) 갑작스럽게 밀접 접촉자로 분류 되어 (교수님이 사주했을 수도 있는) 황당한 행정 처리로 인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3일만에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풀려난 뒤, 밖으로 좀 돌아다녔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사람들을 만났다는 게 아니라, 혼자서 차 타고 자연속으로 드라이브를 많이 갔습니다.
시기도 가을이라 날씨도 좋고, 동네가 시골이다 보니, 틈만 나면 차 타고 근처 한 바퀴도 돌고, 단풍 구경도 갔습니다. 역시 middle of nowher답게 조금만 주변으로 가도 마차 타고 다니는 Amish들이 사는 곳이나 인터스텔라에 나올법한 황량한 옥수수 밭이 있더군요. 과수원에서 사과도 따고 사과잼도 만들고 혼자서 시골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잔뜩해본 거 같습니다.
이 시기의 방역 조치는 웬만한 규제들이 풀려서 문 닫았던 식당도 전부 열었고 외부 활동에는 거의 제약이 없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때 처음으로 시골 동네에 있어서 도시에 있는 것보다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방역 관련 인식 수준은 좀… 그랬지만 밖에 혼자 다니기에는 수월해서 코시국 정신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됐던 거 같습니다.
(갑자기 사진 자랑이 되었지만) 이 때 마침 단풍 시즌도 겹쳐서 주립/국립 공원에 단풍 구경 다녀오는 것도 사람들을 못 보는 답답한 코로나 상황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대부분은 사람이 안 가는 샛길로 다녔으나, 어쩔 수 없이 주차장이나 몇몇 관광 포인트에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습니다. 아무리 실외라지만 사람들이 뭉쳐 있는 곳에서도 마스크를 대충 쓰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사실 마스크 대충 쓰는 것에 대해서는 (슬프게도) 놀랄 일은 아닌 것이,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 점원부터 턱스크가 기본인 곳도 있고, 옷 소매로라도 입을 가리면 다행일 정도로 입장할 때만 대충 걸치고 내부에선 안 쓰고 다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친구 말로는 음식 포장 해가려고 가게 들렀는데 점원이 조리용 입마개 쓰고 안내해 주는 거 보고 식겁했다고 하더라고요. 디즈니의 나라라 그런지 성인들도 마법을 믿는 낭만적인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이게 교육 수준의 차이와는 별개인가 싶은게, 학교가 하는 짓도 개판이었습니다. 밤중에 오피스에 물건을 가지러 갈 일이 있어서 새벽 1시 반쯤에 학교를 갔는데, 광장이 밝게 빛나길래 ‘조명 예쁘다’ 하고 갔는데 학생들이 엄청나게 모여 있었습니다. 금요일 저녁이고, 다음날 풋볼 경기도 하고, 날씨도 좋아서, 학생들이 야외에서라도 모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만, 언뜻봐도 40명은 넘어보이는 인원이 다닥다닥 붙어서 (마스크는 낀 거 같습니다) 새벽 2시까지 노는 거 보고 충격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알아서 모인 건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학교에서 관리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통제 (아마 마스크 쓰는 거…?)하는 스태프도 있었고, 춥지 말라고 모닥불도 피워 놨고, 새벽 2시 되니 불 끄고 해산 시키긴 하더라고요. 물론 학교 입장에서 학생들 정신 건강 관리를 위해 야외에 모일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좋은데,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모인 걸 허락한 거 보고 역시 학교 나오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학교의 안일한 인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라는 핵폭탄급 뉴스가 벌어진지 1주일 후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된 것이 빅뉴스이긴 하지만, 학교의 대응과는 무슨 상관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은…
트럼프 대통령이 확진된 사건으로 지목된 곳이 9월 말에 열렸던 에이미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 행사에서인데, 영광스럽게도 이 곳에 참석하셨던 저희 학교 총장님도 같이 확진이 됐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는 거리 두기 하고, 마스크 잘 쓰고 어쩌구 저쩌구 설명하셨던 당사자가 정작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가서 대통령 및 여러 고위 정치인들과 마스크도 안 쓰고 모여 있다가 확진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거물급 정치인들과 나란히 뉴스에 실리는 영광의 순간을 기점으로, 저희 학교의 코로나 명문으로서의 입지는 더욱더 확고해졌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국 뉴스에도 (누군지 굳이 지목은 안 하겠습니다만… 이쯤 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저희 학교 총장님과 거물급 정치인들의 얼굴이 나란히 실리는 영예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학교의 명성을 전 세계에 드높이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총장님의 모습은 정말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네요. 이것이 진정한 실천하는 리더의 모습인가 싶군요.
이쯤 되면 미국에서는 나름 유명하지만, 세계적으론 부족한 학교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그 당시 가장 핫한 토픽인 '트럼프’와 '코로나’를 동시에 노려서 단숨에 전 세계의 외신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기획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확진 소식 후에 올라온 총장님의 영상 메시지는 (누가 용서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봐도 얼마나 황당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백악관발 코로나 폭탄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에 다시 한번 코로나 명문으로 명성을 떨친 사건이 일주일만에 벌어졌다는 것도 황당했습니다. (밑에 설명).
- 2020년 11월
이러한 학교 상태를 보니 굳이 이 동네에 있고 싶지도 않아졌고, 할로윈이나 추수감사절이 오면 더 개판일 거 같고, 어차피 11월 말에 한국행이 결정 되어서, 미리 토론토에 가 있기로 결정하고 캐나다로 떠났습니다.
가을 학기가 원래 8월 말부터 12월인데, 학교에서 학생들이 추수 감사절이나 가을 방학에 집에 다녀 오면 (안 그래도 못 하고 있는) 확진자 컨트롤이 안 될 거 같아서 8월 초부터 방학 없이 11월 중순에 끝내기로 결정 하고, 겨울 학기도 2월 초에 개강하는 걸로 결정해서 2달 간의 겨울 방학이 생겼습니다. 이 참에 한국에 볼일도 있고 해서 11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한국행을 계획했습니다. (한국행 준비 및 이동 과정, 그리고 입국 절차와 입국 후 격리 절차에 대해선 다음번에 얘기해 보겠습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이라 눈이 쌓여있습니다.)
토론토로 오던 시기인 10월 말쯤은 슬슬 확진자가 올라 가는 시기였는데도 사람들 반응은 ‘아몰랑’ 정도였습니다. 국경에서는 ‘어디가?’ - ‘격리하는 거 알지?’ - ‘잘가’ 이런 반응이었고, 여전히 트레일러를 제외한 차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딱히 지난 여름과 별 다를 바는 없지만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에 익숙해진 느낌은 들었습니다. (전엔 CBSA 직원이 마스크도 안 썼는데 이 때부턴 다들 썼던 거 같습니다.)
지난 여름 격리 때는 (자동응답기를 제외하고서도) 연방정부랑 주정부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이라도 했는데, 이번 격리 때는 자동응답기로 오는 전화 아니면 이메일로 격리 상기시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정부의 뭐 했는지 모르겠는 대응과는 별개로, 이번 격리 때는 겨울에 눈 치우면 또 눈 오듯, 낙엽을 치우면 또 낙엽 치워야 하고, 겨울이 오기전에 정원 정리를 하느라 몸은 바쁘게 지냈던 거 같습니다.
낙엽을 안 치우고 둔 게 아니라, 치우고 나서 며칠 지나면 전보다 더 많이 쌓여 있는 끔찍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나무 잘라버리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습니다.
이렇게 2주동안 정원사로 전직한 느낌이 들정도로 정원일을 하다보니 격리 기간이 금방 가긴 했는데, 이 때가 11월 치고 유난히 따듯했던 경우라 빨리 밖에 나가고 싶어서 힘들긴 했습니다.
(얼마나 나가고 싶었으면 이러고 있었겠습니까?)
여튼 격리 기간을 정원일 하면서 보내는 것과 별개로, 학교에서는 또 한번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스포츠 뉴스에까지 나올정도로 코로나 명문의 위엄을 보여준 사건이 터졌습니다. 풋볼 경기를 강행하겠다는 논란 속에서, 학생들 직관을 허용한 것에 이어, 풋볼 선수들의 확진으로 인한 일정 중단을 거쳐 펼쳐진 한 경기에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자 수백명이 넘는 학생 관중들이 필드에 난입했습니다. 정말 개미떼나 저글링떼가 달려들듯이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백악관발 확진 소식이 전세계적으로 더 주목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관중 난입 사건이 시각적으로 훨씬 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물론 바로 다음날 총장님 명의의 성명이 나오긴 했는데… 정작 본인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고 코로나 확진까지 되셨던 분이 말씀하시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거기다 이제서야 zero tolerance 얘기를 꺼내는 거 보면, 지금까지는 얼마나 봐줬다는 건지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학교가 사립학교다 보니 학교 랭킹도 많이 신경 쓰고, 학비로만 1년에 50,000 USD 이상 내는 고객님 아니 학생님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가 없다보니, 제가 학교 처음 왔을 때부터 학교가 학생들 눈치를 많이 보는듯… 아니 학생들 신경을 많이 쓰는듯 했습니다. 토론토에 있는 U of * 학교와는 다르게 커스터머 서비스 아니 학생 관리를 우선으로 하더라고요. (당장 채점할 때 '점수를 깎을까 말까 고민하면 깎지 마라’라는 지침이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학교가 방역 수칙을 어긴 학생들을 강하게 제재했을리가 없지요. (정학이라도 내렸다가 어떻게 들고 일어날지 모를 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를 보고 나니 격리하더라도 토론토로 미리 돌아온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이라면, 아니 누구든 생각을 조금만 해봐도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서 순간 '내가 이상한가??'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근데 최근에 슈퍼볼만 봐도 이런 일이 그렇게까지 꿈만같은 일이 아니라 꽤 현실적인 사태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디즈니의 나라 “Where Dreams Come True”.
물론 저는 토론토에 있어서 강 건너 불구경 같은 느낌으로 보긴 했습니다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은 왜 제 몫인지…
결론:
- 코시국에 드라이브 나가는 것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 도시보다는 시골이 드라이브 나가기는 편할지도?
- 대학이라는 곳의 사태 인식 및 대처 상태가 메롱함…
- 참된 리더는 살신성인한다.(?)
- 저희 학교의 커스터머 서비스는 세계 제이이이이일!
- 미국은 디즈니의 나라다.
(4부에서 계속)
이번에는 어떻게 저희 학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로나 명문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런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정말 세계의 중심에서 코로나를 외치는 학교를 보면서 정말 뿌듯합니다. 이렇게 애교심이 샘솟는군요.
다음번에는 (3차 대유행의 시작과 겹쳤던…) 저의 한국행 준비 및 이동 과정, 그리고 입국 절차와 입국 후 격리 절차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