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부터 캐나다 입국시 격리 면제가 가능해져서 후다닥 넘어 왔습니다.
올해 초에 격리 여러번 할 때 심심해서 쓰던 뻘글들은 사실 게을러짐과 함께 멈췄는데, 이제 격리 할 필요도 없어서 영원히 마무리를 못지을 거 같네요 ㅋㅋ.
지난 1년 반동안 여러번 국경 들락 날락 하면서 격리 제도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 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엄청 바뀌긴 했습니다.
작년에는 전화만 오고 말던 격리 확인에 비하면, 올해부터는 입국시와 격리 중간에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했고, 격리중에 방역관이나 경찰이 와서 꼭 한두번씩 확인하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옆집 아줌마 아저씨들이 경찰차 온 거 보고 뭔 일있었냐고 엄청 궁금해하면서 물어본 건 안 비밀)
(경찰들도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와서 이름만 확인하고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돌아간 것도 안 비밀)
지난 4월에 마지막으로 캐나다 왔다가 입국 전에 코로나 검사 받고, 입국 시에 코로나 검사 하고, 10일차에 코로나 검사 또 요구하는 거 보고 엄청 귀찮아서 한동안 안 왔네요.
사실 격리 10일차 검사는 화상통화로 간호사와 연결을 해서 얼굴 보고 해야하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연결 조금만 늦게 하면 수백 수천명이 대기중이라서 몇시간씩 대기 해야하는 문제도 있었고, 검체 채취한 것도 픽업하는데 하루 이상 걸리고 검사 결과도 나오는데 2-3일 이상이 걸려서 격리 14일을 채워도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밖으로 못나가는 문제도 있어서 짜증도 많이 났습니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행정 운영의 결과였죠.
(현재는 격리 8일차에 검사하는 걸로 바뀌어서 좀 여유가 생긴 거 같긴 합니다.)
마침 격리 면제도 시행 되었고, (겨수님도 휴가가셔서) 겸사 겸사 짧게 토론토 올 계획을 잡고 7월 5일 자정 땡 치자 마자 국경 넘을 생각이었지만 게으름 때문에 준비가 늦어져서 7월 5일 낮에 출발 했습니다. (어차피 Arrival Canada App에 백신 정보를 올려야 하는데 7월 5일 새벽 3시쯤에 새 버전이 업데이트가 돼서 자정에 국경 근처에 있었어도 못 넘 었을듯…)
평소에는 Port Huron-Sarnia (Bluewater Bridge)로 국경을 넘는데 이번엔 무슨일로 (road closure였던 거 같은데) 구글신이 그쪽으로 가지 말고 Detroit쪽으로 가라길래 처음으로 Detroit쪽으로 넘어 와봤습니다.
이왕 Detroit 처음 와본 김에 얼마나 (무서운) 대단한 도시인가 궁금해서 슬쩍 구경 해봤는데 음… 확실히 좀 … 분위기가… ㅋㅋ…
Rust belt의 아이콘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거 싶기도 한데 실제로 보이는 건물들이 철거되기 직전인 것들도 많고 높은 건물들 사이에 사람들도 없어서 뭐랄까… 좀비물에서 보는 폐허가 된 도시 분위기…?
일단 도시 들어 와서 제일 먼저 마주친 건 폐쇄된 주유소… 첫인상부터 흠칫…
그래도 외곽이니까 좀 중심부로 가면 낫겠지 해서 찾은 공원은 그래도 괜찮아 보이네요.
Detroit와 Windsor를 잇는 두 개의 길 중 하나인 Ambassador Bridge입니다.
참고로 Detroit 건너편은 미국보다 남쪽에 위치한 몇 안 되는 캐나다 영토입니다.
Detroit에서 국경을 넘는 다른 길은 Detroit Windsor Tunnel로 수중 터널이지요.
근데 이 터널은 시내 한복판에 입구가 있어서… 진짜 까딱하면 의도치 않게 출국해버리는 불상사가 벌어지겠더라고요.
전에 실수로 디트로이트서 운전하다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 재입국할 때 고생하는 영상을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유를 하자면 다운 타운 토론토 하버프론트에 센터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 터미널 대신, 미국으로 연결되는 포탈 입구가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시내는 도시 느낌이 좀 나더라고요.
뭔가 번쩍 번쩍한 건물이 있길래 보니까 GM 본사네요.
뭔가 짝퉁 Flat Iron같은 건물도 있고요?!
거대한 오피스 건물들도 있는데… 과연 공실률이 얼마일지 궁금하네요.
좀더 둘러보니 이런 멀쩡하게 생긴 아파트 단지도 있길래 그래도 Detroit가 새단장 한다더니 사람 살기 나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ㅋㅋ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언제 철거돼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들이 있는 거 보고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ㅋ 정말 아파트 발코니에서 길 (큰길도 아니고 걍 편도 2차선) 건너에 바로 이런 철거뷰가 있더라고요. 물론 여기 말고도 여기 저기에 폭격 맞은 듯한 건물들도 꽤 보이고요.
그리고 그 유명한 Michigan Central Station은 보수 공사중인 건지, 철거중인지 구분이 안 될 상황에 있었습니다. (류경호텔인가…)
더 볼 것도 없고, 무섭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서 캐나다로 가기로 마음 먹고, 이왕 국경 넘을 때 다리로 넘는 게 볼 게 더 많지 않을까 해서 다리로 넘기로 했습니다.
근데 ㅋㅋㅋ 이 다리 넘는 거 생각보다 엄청 무섭더군요.
안 그래도 다리 하나가 왕복 2차선 도로 역할을 하는데, 보수 공사 한다고 차선 하나를 지우고 나머지 차선과 갓길로 왕복 2차선 도로를 그려 놓아서 도로 폭도 엄청 좁은데다가 공사하느라 군데 군데 뚫려있는 바닥을 보니 아찔하더군요.
참고로 평소에 다니는 Bluewater Bridge는 아예 다리를 하나 더 놓아서 다리 하나당 편도 3차선이라 넉넉하게 다녔는데 Ambassador Bridge는 무서웠습니다.
무사히 다리를 건너고 검문소에 도착하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격리 면제 시행 첫 날이라 혼선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코로나 검사 마치고 입국 했습니다.
사실 격리 면제라고 따로 말 안 해준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걱정 했는데, 격리하라는 말도 없었고 (전엔 꼭 법조문 같은 "you are required to quarantine 어쩌구 저쩌구"로 시작하는 것을 꼭 읽어 줬는데 이번엔 안 그랬네요) , 2차 테스트용 키트도 아예 지급 안 해준 걸 보니 별 문제 없이 격리 면제 받은 거 같습니다.
찜통같은 날씨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무사히 입국까지 마치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집에 도착해선 오매불망하던 멍구님 모시고 나갔다 왔습니다.
(이 와중에 시비 터는 야생의 스컹크)
아무튼 맛있는 저녁도 먹고 멍구님과 편하게 나갔다 와서 (습하고 더웠지만) 피곤하지만 마음은 편한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해야할 일이 산더미 ㅠㅠ)
교수님도 곧 돌아오시기에 이번 주말에 다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격리 면제가 되니 집에 오기 한결 편해졌습니다.
다들 빨리 백신 맞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은 Detroit는 다시 갈 일 없을 거 같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