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정말 외출은 아직 그림의 떡인데 눈은 치워야하는 상황입니다.
내일 출소를 위해 미리 치워둔다는 생각으로 노동하고 왔습니다.
출소 기념으로 새하얀 두부 대신 새하얀 눈이 오네요 (안 왔으면).
멍멍님만 껑충껑충 신나신 듯.
2부는 미국 상황을 저희 학교의 예시로 바라볼 수 있게하기 위한 배경 설명과 실제로 확진자 접촉(?)으로인해 제가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내용 위주입니다.
1부에서 이어짐…
- 2020년 9월 (학교 상황)
저는 Port Huron (MI) - Point Edward (ON)을 잇는 Blue Water Bridge를 통해 학교랑 토론토를 이동합니다.
(제가 운전중에 찍은 게 아니라 예전에 조수석에서 찍은 겁니다 ㅎㅎ)
실제로 물이 두 가지 파란색으로 보이는 강입니다. 아마 강 깊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름).
육로를 통해 미국에 입국했을 시, 물론 미국은 자유의 나라기 때문에 격리 따위 없습니다.
근데 이 때가 새학기가 시작할 때인데, 미국 같은 경우는 사람들의 경각심이 풀리던 시기였습니다. 3월달에는 모두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쫄아서 문도 닫고 무서워 했는데 벌써 반년이나 지나고 제대로 된 지원도 없고, 날씨도 좋고, 럼프형도 도움 안 되는 말만 해서, 닫았던 가게들도 다 열고 공원들도 다 열기 시작했습니다. 위에 확진자 그래프를 보면 새학기와 겹쳐서 9월부터 확진자가 다시 늘기 시작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단 저희 학교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 위한 설명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사실 6-7월쯤부터 한창 학교들이 가을학기에 대면 수업을 할지, 원격 수업을 할지, 섞어서 할지에 대해 엄청 말이 많았고 추가로 럼프형이 원격 수업만하면 유학생 비자 취소한다라는 폭탄을 떨어 뜨려서 유학생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시기였습니다. 이에 반해서 미국 유명 대학들이 소송전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일주일만에 럼프형이 명령을 철회하는 걸로 끝나긴 했습니다. (세계관 최강자들의 법정 다툼을 볼 수 있었는데…)
저희 학교는 새학기를 전부 대면 수업으로 강행 한다고 선언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학교 말로는 테스팅 준비 및 격리 절차 등등 모든 게 준비 됐고,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서 학교를 연다고 결정 했지요. 사실 저희 학교가 미국에서 유명한 학교 치고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이 때부터 한국 뉴스에 가끔 나오더라고요. 진짜 이 때부터 저희 학교가 코로나 명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학기 시작은 하지도 않았는데 일단 총장님이 사과 메일부터 보내는 걸로 시작했죠. (스포: 이후에 더 큰 사과 메일이 날라옵니다.)
당연히 학교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혈기 왕성한 10대 후반의 신입생들은 말을 듣지 않았고 개강 하자마자 코로나 숫자는 엄청나게 올라가면서 코로나 명문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죠.
학교는 나름 계획을 세워서 개강 전에 모두에게 코로나 검사를 하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자가진단을 매일 매일 하게 했는데, 매주 코로나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초기에 한 번 전수 검사한 것으론 확진자들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학교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부금이 130억 USD 단위로 쌓아 두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수 검사 한 번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COVID19 핫라인도 만들고, 매일 자가진단도 시키고, 확진자 데이터도 매일 공개하는 나름의 노력은 하긴 했습니다. (사실 이정도 노력도 안 하고 개강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합니다만…) 매주 모든 학생들을 검사한다는 동생이 다니는 학교와 비교가 되더군요.
학교가 대면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학교가 기숙사비 및 학비, 즉 돈 때문에 대면 수업한다.'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래도 '교육의 제공’이라는 명분이라도 있겠거니 했는데, 황당했던 것은 풋볼 및 스포츠 경기를 진행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학교가 칼리지 풋볼로 꽤 팬덤이 두텁고 유명해서 (시골의 젊은 학생들의 유흥 거리는 이거밖에 없어서…) 인기가 높은 편인데, 모든 경기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외부 관중은 거의 안 받는 대신 학생들은 관람할 수 있게 티켓을 잔뜩 팔더라고요. (스포: 코로나 명문의 입지를 다지는 큰 계기중 하나가 되죠.)
보시다시피 2017년에 구경간 경기를 보면 전국에서 이 경기를 보러 수만명이 모이고 전광판을 보시면 주 방위군에서 전투기까지 띄워줍니닼ㅋㅋㅋㅋ
일단 여기까지는 제 후기라기 보다는 학교 까는 얘기가 대부분인 거 같은데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미국의 코로나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를 보여주는 예시중 하나로 보여드린 거고, 후술할 저의 경험에 대한 배경 설명을 위한 거라고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 2020년 9월 (격리 후기)
이제 제 얘기로 돌아오면, 저도 학교에 돌아 왔으니 일단 모두가 받아야하는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면봉으로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PCR 검사를 하는 방식인데 한국에서는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는 것과 달리 여기선 간호사가 면봉을 주면 제가 직접 검체를 채취해서 건네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깊이 넣지 않으면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당장 간호사가 너무 깊이 안 넣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한 2-3일 정도 걸렸습니다. 처음 받는 코로나 검사였는데, 아무런 증상도 없고 안 걸렸을 거 같았지만 진짜 "설마…?"라는 생각이 결과 나오기 전까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검사 방식에 의문이 좀 들었지만, 저같은 경우는 과에서 실험 및 필수 인력만 출근하라고 해서 실험을 하지 않는 저는 출근을 안 하며 마음 편하게 집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학교 차원에서 나름 방역을 위해 무작위 추출을 해서 검사를 시키긴 합니다.
출근도 안 해도 되고, 시골 동네다 보니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몇 안 되는 대학원생과 가끔 만나는 것 외에는 대부분 집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두둥), 전날 같이 집에서 식사를 했던 분이 자기 무작위 검사에 당첨 됐다고 검사 받으러 간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집에만 있는 상황이라 ‘귀찮겠네’, ‘별일 없겠지’,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위에 말했듯, 학생 및 직원들은 학교에 가기 전에 무조건 아침에 아래와 같은 자가진단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문제가 없어야 학교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사 받으러 가신다는 분이 자가진단을 하고 오전 10시쯤 학교에 가서 검사 받고 집에 왔다고 하는데, 정오쯤에 급하게 메세지가 날아 왔습니다.
방금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양성이라 격리 들어가야한다고, 그리고 어제 저녁을 같이 먹었기 때문에 저를 밀접 접촉자라고 밝혔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진짜 당황스럽더라고요. 일단은 이해가 안 갔던 것이, 검사 받은지 2시간만에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도 PCR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최소 6시간은 걸리는데 미국에서 결과가 2시간만에 나왔다는 게 의심스러워서 확실한 거냐고 질문을 했더니, 본인도 전화받았을 때 물어봤는데 양성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positive가 그 positive가 아닐 텐데…)
미심쩍었지만, 사실 이 분은 저보다 밖에 안 나가고 진짜 집에만 계시는 분인데, 이 분이 양성이면 제가 옮겼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에 "그럼 나도 확진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코로나 대응팀에서 연락이 와서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증상이 있는지, 같이 사는 사람은 있는지 등을 묻고 3일후에 검사 받으러 와야하고 총 14일간 격리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부터 사실 반성과 후회의 시간이 시작 되었죠 ㅋㅋ…
‘아 내가 너무 돌아다녔나?’
‘괜히 어제 저녁을 같이 먹어서 코로나가 옮았나/옮겼나?’
‘부모님한테 어떻게 말하지?’
또 마침 귀신같이 괜히 멀쩡했던 몸도 어지러운 거 같고, 목도 아픈 거 같고, 피곤한 거 같은데, 증상이 나타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참외 말고 참회…)
그렇게 참회와 반성의 시간이 3일정도 흐르면서 나름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래 이렇게 2주간 집에만 있어야하는 기회에 밀렸던 연구와 집안일이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집 청소를 시작했고, 하루에 한 번씩 오는 간호사의 증상체크 전화에 무증상이라고 답하는 게 하루의 일상이었습니다.
가끔 '이 모든 사태는 교수님이 나보고 싸돌아 다니지 못 하게 하고 집에서 연구나 시키려고 조작된 사태가 아닐까?'라는 음모론적인 생각까지 했습니다.
웃긴 것은 양성이라고 나왔다는 그 분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집에서 격리만 하고 있고, 평소랑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고 했습니다. 마침 3일차에 제가 검사 받으러 가야하는데 그 분 말로는 제가 음성 나오면 자기는 정말 정말 억울할 거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ㅋㅋ
정말 황당한 건, 검사 받으러 가는 길에 갑자기 막 목이 따끔 거리는 거 같고 머리도 아픈 거 같더라고요. 검사소에 도착하니 간호사가 일단 신속 검사를 한 뒤, 음성이 나오면 다시 채취해서 실험실로 보낼 거라고 했습니다.
신속 검사는 면봉으로 콧속 검체를 채취하고 결과가 15분이면 나온다길래 15분간 대기를 시키는데, 정말 플랭크를 하는 듯한 15분이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방은 존재합니다.) 유튜브를 보려해도 귀에 안 들어오고 그냥 혹시나 '양성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3시간 같은 15분이 지나자 간호사가 오더니 결과가 '음성’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안심을 하고, 다시 검체를 채취해서 실험실로 보내기로 했는데, 확실히 신속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군요. 이 기쁜 소식을 확진자분께 전달을 하자 굉장히 매우 정말 억울해 하면서 ㅋㅋㅋㅋ 축하(?)를 해주시더라고요.
편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니까 학교 코로나 대응팀에서 매일 하는 문진 전화가 와서 "방금 검사 받고 왔는데 신속검사는 음성이었고, 증상도 없고, 실험실 결과는 며칠 내로 나올 거다."라고 전달하고 끊었습니다. 그런데 끊자마자 다시 전화가 오길래 "방금 문진 했고, 아무 문제 없다"라고 했는데 담당자가 "너 격리 해제야. 확진자와의 밀접 접촉으로 격리 들어간 건데, 확진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양성이 아니라 음성이라 너도 격리 지금부터 해제야."라는 ㅋㅋㅋ정말ㅋㅋ 황ㅋ당ㅋ한ㅋ 얘기를 하더라고욬ㅋㅋㅋ.
확진자(인줄알았던) 분과 제가 모두 음성이라니 오히려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라 다행이긴한데 왜 그 분이 양성이 나왔는지가 궁금하더라고요. 물어보니까 담당자 말로는 확진자(인줄알았던) 분이, 학교에 검사를 받기 위해 제출한 자가진단서에 양성 진단 받았다고 응답했다고 하더라고요 ㅋㅋㅋ.
학교 입장에선 학교 외의 시설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까, 자가진단서에 본인이 확진 됐다고 답했으니 바로 격리 조치를 취했던 거고, 근데 그게 마침 무작위 검사를 받으러 간 날에 벌어진 거라 당사자는 양성이라는 얘기가 방금 받고 온 검사의 결과인줄 알았던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확진자(인줄알았던) 분의 실 검사 결과는 이틀 후에 '음성’으로 나왔는데, 검사 받은 당사자도 '학교에서 양성이라니까 양성인가보다’하고 따로 확인을 안 했고, 학교도 '본인이 양성이라니까 양성인가보다’하고 따로 확인을 안 했는데, 밀접 접촉자라는 제가 가서 음성이 나오니까 황당해서 학교에 재차 확인해보니 본인 결과도 '음성’이 맞았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도 억울해서 도대체 왜 자가진단에 양성이라고 냈냐고 하니까 자기도 모르겠다곸ㅋㅋㅋ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하다 눌렀는지, 에러 때문에 입력이 잘못 됐는지 알 길은 없지만 이런 어이 없는 상황 때문에 가슴만 졸이면서 격리 들어간 지 3일만에 해제가 되었습니다 ^^.
당연히 과거에 느꼈던 코로나 증상일 수도 있던 것들은 싹 사라졌고 편안한 상태에서 쉴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겪고 난 결론은 "플라시보는 과학이다."이며 코로나 걸렸다고 생각하면, 그에 맞는 증상들은 자동으로 따라오는…
여튼 이 황당한 격리 사태는 일단락이 됐지만, 두고두고 어이가 없는 미국 행정처리로 기억될 겁니다.
진짜 가끔 미국이라는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는 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행정이 조율이 안 되는데, 나라가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결론:
- 미국에선 코로나가 언제 어디서 걸려도 이상하지 않다.
- 코로나 걸려도 증상이 없거나 급하지 않으면 집에서 격리.
- 나름 뭔가 하려고 해도 행정력 부족 및 사람들의 협조 부족.
- 플라시보는 과학이다.
이번 얘기는 이동보다는 (학교 까는 얘기) 격리 관련 얘기와 그 배경 설명이 주가 됐네요.
이정도로 학교를 깠으면 대충 어느 학교인지 다들 아실 거 같긴 한데…
저는 요즘 수면 시간대가 막장이라 이제 자러 갑니다. (이렇게 격리가 수면 시간에 해롭습니다.)
약속도 없고 밖에도 못 나가니까 밤에 늦게 자도, 낮에 자고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점점 늦게 자다보니까 ‘해 뜨기 전에 자야지’ → ‘해 떴으니까 자야지’ → ‘오전엔 자야지’ → ‘아몰랑 오후 3시’
3부는 자고 일어나서 쓸 거 같습니다.
아마 미국 내에서의 이동과 개판난 학교 상황이 될 거 같습니다.
(이쯤되면 생활정보에서 다시 잡담으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닌지 싶습니다.)